[특파원 칼럼] 한국 스타트업, 더 뜨거워져라

최진석 기자입력 2023.09.25 17:50 수정 2023.09.25 18:03 지면 A30

댓글 0클린뷰 최진석 실리콘밸리 특파원 미국 기업가 정신이 깨어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14일 게재한 기사 제목이다. 이 매체는 밥슨칼리지의 연차보고서인 ‘글로벌 기업가정신모니터(GEM)’를 인용해 미국 성인 5명 중 1명(19%)이 사업체를 설립하는 과정에 있거나 최근 3년 반 동안 창업했다고 소개했다.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이 21개 고소득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민간투자 유치 노력 부족

민간투자 유치 노력 부족

한국도 창업과 관련된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GEM보고서에서는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스타트 업 전문 연구 기관”스타트 업 게놈”이 올해 6월 발간한 “더·글로벌 스타트 업 에코 시스템 보고서(GSER)”에서는 서울이 세계 주요 도시 중에서 12위를 기록했다.그러나 19~21일 미국 샌 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북미 최대의 스타트 업 전시회”테크 크런치 디럭스”행사에서는 세계 10위권이라는 한국의 위상을 체감하기 어려웠다.전시장에 마련된 한국관에 참가한 스타트 업은 지난해 20개에서 올해는 15개로 줄어든다.올해 주최 측이 선정한 “테크 크런치 배틀 필드 200″에 이름을 올린 한국계 스타트 업은 3곳뿐이었다.GEM과 GSER로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멕시코, 프랑스, 잉글랜드 출신의 스타트 업 대표들은 200개사 중 상위 20그룹에 올랐고 심사 위원 앞에서 사업 설명을 하면서 우승 경쟁을 벌였다.광고의 이런 온도 차이는 투자 업계에서도 읽었다.미국 실리콘 밸리 대형 벤처 캐피털(VC)한국 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고,”해외 진출을 노리는 좋은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이 회사는 수년 전부터 한국 내 투자처를 찾아 왔다.실제로 투자를 집행한 스타트 업은 이 2년간 3개에 그쳤다.가장 큰 이유로 그는 ” 절실함의 부재”을 꼽았다.스타트 업 창업자들이 VC의 문을 두드리며 투자를 유치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 간절함으로 무장해야

적잖은 한국 스타트 업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한다는 점도 지적했다.정부 지원을 계기로 삼을 것은 좋지만 미국의 스타트 업처럼 “VC투자를 유치해야 생존”이라는 절박감을 품고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테크 크런치 디럭스 행사 기간에 만난 한국 스타트 업의 최고 운영 책임자(COO)도 비슷한 지적했다.국내에서 정부 지원금 등에 의존하고 연명하는 “온실 속 화초” 같은 스타트 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특히 상환 의무가 없는 정부 지원금을 노리는 스타트 업이 창업 생태계를 오염시키자 불만을 터뜨렸다.그는 지방의 있는 스타트 업 대표가 “친환경 동물 사료를 만들”으로 정부 지원금 1억원을 받고 자신의 인건비로 처리한 후, 포르셰를 산 사례도 귀띔했다.그 회사는 1~2년 후에 폐업했다.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기업)을 꿈꾸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는 스타트 업의 입장에서 힘이 빠지는 얘기다.매년 스타트 업 육성에 정부 예산이 3조원 이상 투입된다.혈세가 눈의 보이지 않는 돈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지원금 환수 및 처벌 규정 마련, 특허 출원만으로도 사업 성과로 인정하는 현행 요건을 특허 등록 또는 국제 특허 출원(PCT)에 강화해야”정말 스타트 업”에 힘을 줄 수 있다.